커피 품질의 등급을 책임지는 '큐그레이더'
- 커피마니아들이 늘고 있는 시점, 큐그레이더 역할 중요해
- 현직 큐그레이더와의 Q&A
우리나라 커피인구는 점점 늘고 있다. 거리 곳곳에 생기는 커피전문점 숫자만 봐도 이런 변화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커피시장은 원두시장으로 재편됐다. 사람들은 이제 커피 한 잔을 마셔도 커피의 원산지, 질, 맛 등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커피 원두를 볶는다는 의미의 ‘로스팅(roasting)’을 하지 않은 생두 소비량 역시 늘고 있다. 원두의 다양한 맛과 향을 구분해 즐기기를 원하는 커피마니아들, 또 커피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지닌 프로급 소비자들이 늘면서 일어난 변화이다. 이에 따라 로스팅된 원두를 구입해 사용하지 않고 생두를 매장에서 직접 볶아 사용하는 ‘로스터리 카페’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젠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로스터리 카페에서도 까다로운 소비자의 입맛을 맞춰줄 큐그레이더가 필요해졌다. 요즘 커피마니아들에게 입소문이 난 유명 카페들을 가보면 큐그레이더가 상주하면서 품질 좋은 원두를 고르고 관리하며 직접 로스팅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또 커피 프랜차이즈의 경우, 자사의 직원에게 관련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하는 등 전문성을 갖춘 큐그레이더를 양성하고 있다.
커피 한 잔을 마셔도 커피원두의 생산지와 품질, 특징 등을 알고자 하는 똑똑한 커피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이때, 원두의 품질과 원산지를 꼼꼼히 따져보는 큐그레이더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ㅣ하는일ㅣ
큐그레이더는 커피 품질의 등급(grade)을 정하는 일을 한다. 커피의 원재료인 생두의 품질과 맛, 특성을 감별해 좋은 커피콩을 선별하고 평가하는 게 주요 업무다. 주로 커피 수입, 로스팅, 음료판매 부분에 관여한다.
먼저 수입하는 생두의 외관을 보고 1차로 생두를 평가한다. 그리고 생두를 로스팅한 콩과 원두의 상태를 꼼꼼하게 확인 한다. 또한 원두를 분쇄한 뒤 냄새를 맡아 커피를 평가하고, 분쇄된 원두 위에 물을 부어서 완성된 한 잔의 커피를 음미하며 최종 품질을 평가한다.
ㅣ교육과 훈련ㅣ
큐그레이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교육수준, 나이, 성별 조건 등은 거의 없다. 대신 큐그레이더가 되기 위한 전문교육을 받고 자격을 취득해야 정식 큐그레이더로 일할 수 있다. 큐그레이터는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의 커피품질연구소(CQI: Coffee Quality Institute)에서 내는 아주 까다로운 시험을 거쳐야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이 자격은 미국자격이기 때문에 과거에는 미국에 가야만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한국에 있는 아시아커피감정평가원과 아시아스페셜 티커피감정사학원 주관으로 자격시험이 치러지고 있다. 때문에 영어를 몰라도 시험을 보는 데는 무리가 없다.
자격시험은 먼저 실기 테스트가 진행된다. 이때 커피의 3대 맛인 신맛, 짠맛, 단맛의 종류와 강도를 구별해내고, 커피 속 최대 아홉 가지 향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맛만으로 원산지를 식별해야 하는 등 총 22개의 실기 테스트를 치러야 하며, 실기 테스트를 통과한 뒤에는 필기 테스트도 치러야 한다.
이런 자격을 취득하는 건 큐그레이더로서 출발을 했다는 걸 의미한다. 자격증을 취득한 뒤에도 계속해서 자신을 연마해야만 일정한 수준의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최소 일주일에 한 차례 이상 커핑 (cupping; 커피를 마시면서 맛과 질을 평가하는 행위)을 연습해야 높은 감별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자격은 3년에 한 번씩 재시험을 통해 갱신해야 한다.
신체적 조건은 특별한 장애가 되지 않지만, 후각과 미각 기능에 큰 장애가 있으면 일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차분하고 집중력이 있는 성격의 소유자한테 잘 맞는 일이다. 최근에는 커피 관련 학과(전문대학 커피바리스타 전공 및 일반대학 식품영양학과 등)는 물론 각종 연구소에서 관련 일을 배울 수도 있다.
ㅣ현황과 전망ㅣ
큐그레이더 중에는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큐그레이더 자격을 취득하고 커피 프랜차이즈나 커피제품을 만드는 대기업(대상, 웅진, SPC, 코카콜라, 이랜드 등)으로 진출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또 대학과 대학원, 연구소에서 큐그레이더를 양성하는 교육을 담당하기도 한다. 전문적인 일이기 때문에 취미로 배우는 사람들은 거의 없으며, 카페를 창업하려고 준비하는 경우나 커피 관련 종사자가 대부분이다.
미국 자격이다 보니 해외 취업도 가능하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영어 실력을 쌓으면 호주나 캐나다 등으로 취업이 가능하고,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현재 국내 자격증 취득자 수는 약 350명 정도이며 국내에는 4개 정도의 교육기관이 있다.
커피는 이제 한국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따라서 관련 분야의 일자리 창출은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커피 분야에서 커피 향을 느끼고 맛을 보는 행위는 가장 기본적인 일이다. 따라서 커피 분야가 성장하는 때 이런 일을 하는 큐그레이터가 설 자리는 더 넓어질 것이다. 생두를 매장에서 직접 볶아 사용하는‘로스터리 카페’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도 큐그레이더를 필요로 하는 곳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다음은 현직 큐그레이더와의 Q&A이다.
[Q] 어떤 과정을 거쳐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A] 예전에 골프선수 박세리씨의 전 매니저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박세리씨가 LPGA 신인으로 US여자 오픈과 맥도널드 챔피언십 등 두 개의 메이저 타이틀을 석권하며 스타덤에 오를 당시 1년간 매니저를 맡았었습니다. 그러다 스포츠기자 생활을 거쳐 큐그레이더 자격증을 취득했고, 현재는 아시아커피 감정평가원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Q] 흥미로운 이력을 갖고 계신데요. 흔히 커피 분야는 자격증이 다양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떤 자격증을 갖고 계신가요?
[A] 현재 3개의 자격증을 갖고 있습니다. 포도주의 맛을 감별해 상황에 맞은 포도주를 추천하는 소믈리에처럼 커피의 독특한 맛을 구분해주는 스타커퍼 (Star Cupper), 스타커퍼와 같은 기능을 하면서 커피대회에서 심판관을 할 수 있는 자격증인 SCAA 커핑저지(Cupping Judges), 그리고 스타커퍼와 커핑저지의 역할에 커피를 감별해 등급을 매기고 점수를 주면서 생두 및 원두 가격대를 결정하는 큐그레이더 등의 자격증이 있습니다.
한국사람 중에서 이 3종의 공인자격증을 동시에 가진 사람은 제가 유일할 겁니다. 그리고 아시아 최초의 감독관으로 한국 내 큐그레이더 자격시험 감독도 맡고 있습니다.
[Q] 흔히 커피 분야에서 일한다고 하면 바리스타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바리스타와 큐그레이더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A] 바리스타는 원두를 분쇄하고 에스프레소를 추출해 개인의 기호에 맞게 다양한 맛의 커피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큐그레이더는 좋은 생두를 감별해 구입하는 일부터 이를 보관하고 로스팅하기 전까지 전과정을 책임지는 사람이구요.
큐그레이더와 바리스타는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별개의 직업입니다. 큐그레이더가 생두를 수급하는 것부터 로스팅을 한 뒤 평가에 이르는 전과정을 책임진다면, 바리스타는 로스팅을 한 그 다음 단계부터를 책임지게 됩니다.
물론 큐그레이더가 갖춰야 하는 기본적인 지식인 생두에 대한 높은 이해와 판별능력, 커피의 맛을 감별할 수 있는 기술들이 있으면 바리스타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큐그레이더 자격증을 소유한 사람이 바리스타를 할 경우에는 매니저급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이 직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A] 아직까지는 이 직업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한국에 소개된 지 얼마 안 돼서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고 이 직업에 너무 큰 기대와 환상을 가지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큐그레이더 자격증만 취득하면 바로 전문가가 될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자격은 입문 과정이라고 볼 수 있고 이것을 기본으로 깊이 있게 지식을 쌓고 평가하는 연습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격증 취득하려 할 경우에는 배우는 목표를 명확히 하고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카페를 차릴 것인지, 아니면 큐그레이더를 기본으로 해서 현장 경험이나 학술적인 경험 등 자신만의 다른 경력을 쌓을지를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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